한반도의 평화를 위한 전문가 토론집
평화재단 평화연구원이 <촛불 이후 한반도 평화와 안보>라는 책을 펴냈습니다.
이 책은 우리나라가 국정농단에 이은 헌정중단과 한반도 외교안보 환경의 급격한 악화라는 복합위기를 겪는 와중에, 한반도 평화와 안보의 길을 놓치지 않도록 외교안보 분야의 전문가들이 노심초사하며 토론한 결과를 모은 것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새로운 선장(船長)으로서 대한민국호의 키를 잡았지만, 선장만 바뀌었지 우리를 한반도 주변의 외교․안보 환경의 거센 풍랑은 여전하며 그동안 파손된 우리 배의 상태도 아직 수리가 덜 된 상황입니다.
전략적 인내라는 이름으로 북핵문제를 사실상 방치한 결과,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이 급속하게 진행되어 완성을 앞두고 있으며 이로 인해 한반도 안보 상황은 휴전 이후 최고 수위에 이르렀습니다.
북한과 대화통로는 단절되었고 남북관계는 완전히 중단된 상황에서, 북핵문제를 풀어나가기 위해 긴밀히 협력해야 할 유관국과의 관계도 스텝이 꼬여 있습니다.
위안부 합의와 개성공단 폐쇄, 사드배치 결정 등 우리 외교의 중요한 레버리지를 전략적 고려 없이 남발한 박근혜 정부의 외교는 문제를 푸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큰 문제를 만들어냈습니다.
그 결과 한미관계, 한중관계, 한일관계 모두에서 우리는 난처한 입장에 몰렸고 그러한 상황을 문재인 정부는 물려받았습니다. 아직 폭풍우는 거칠고 앞을 분간하기 어려운 상황 속에 우리는 한반도 평화와 안보의 항로를 다잡아야 합니다.
한반도 상황만 문제가 아닙니다. 뉴노멀(New Normal)의 등장과 4차 산업혁명이라는 인류문명사적 변혁의 물결은 그 여파를 가늠조차하기 어렵습니다.
한반도 위기상황의 외교․안보정책의 방향
<촛불 이후 한반도 평화와 안보>에는 북한,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를 연구하는 전문가와 대북, 외교, 안보정책의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대한민국호가 폭풍우를 헤치고 평화를 향한 항로를 잃지 않도록 견해를 나누고 토론하면서 고민한 내용을 담았습니다..
전문가들의 토론은 먼저 북핵 위기의 실상과 대응책을 다루고, 이어서 북한,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의 사정과 우리의 외교방향을 모색하였으며 다음으로 국제정세 일반의 흐름과 우리의 외교․안보전략에 대해 논의를 이어갔습니다. 마지막 장(章)에는 <미중 패권경쟁과 한반도, 우리는 어떻게 돌고래가 될 것인가>라는 주제로 열린 평화재단 평화연구원의 제75차 전문가 포럼의 발표와 토론 내용을 수록하였습니다.
북핵문제와 관련해서는 근본적이고 창의적인 접근이 필요하며, 협상 형식과 의제를 과감하게 개방할 필요가 있다고 보았습니다. 정상회담을 포함한 다양한 수준에서 양자와 다자협상을 병행하고, 한반도 평화체제 문제를 다룰 준비를 하는 동시에 북한의 핵위협에 대한 군사적 대응책도 협상여부와 상관없이 가능한 빠른 시기 안에 구축되어야 한다는 견해를 담았습니다.
북한 상황과 관련해서는 장기간 외부제재로 주민들이 불편을 겪지만 동시에 익숙해 있다고 분석하고, 현 시점에의 대북제재의 효과는 외부자의 기대에 훨씬 못 미치는 것으로 진단했습니다. 현재 북한주민이 시장 확산을 통해 기본적인 변화의 동력을 만들고 북한 당국이 이를 수용하는 과정에 있는 바, 북한 주민의 시장 확산을 통한 변화요구 동력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대북정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보았습니다.
트럼프 외교는 민주주의나 인권이라는 가치 추구보다는 철저하게 비즈니스 차원의 이권 확보에 치중하여 상대가 반발하면 힘으로 굴복시키겠다는 거칠고 원칙 없는 외교가 될 것으로 보았습니다. 트럼프가 현재 외교에 대한 학습시간을 보내는 것이 다행이라면 다행으로 우리에게 주어진 골든타임을 적극 활용해야 할 것입니다.
중국과 미국의 관계는 무역역조로 인한 갈등과 남동중국해와 한반도 등에서 충돌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동북아에서 각축하며 경쟁하고 갈등하는 미중의 틈바구니에서 우리가 버틸 수 있는 힘은 남북관계에서 찾아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우리에게 일본은 동아시아 휴전체제를 함께 극복해야 할 파트너이며 동시에 민족주의의 질곡을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보았습니다. 러시아의 신동방정책과 유라시아 경제연합 추진과정에 우리가 적극 참여하는 방안을 검토하면서 러시아를 한반도 평화와 안정에 기여하는 동반자로 활용해야 한다는 견해를 담았습니다.
국제정세 변화의 핵심지역은 중국, 중동 그리고 북한(한반도)이며, 아시아는 글로벌 안보위협 요인이 몰려 있습니다. 이외에도 저성장과 고령화 및 4차산업 혁명 리스크까지 다양한 위기와 도전을 극복하기 위한 견해와 고민 섞인 토론을 담아냈습니다.
한반도 평화와 안보의 바른 길을 찾는 것은 우리 모두의 권리이자 책임입니다.
이제 우리 주권자인 대한국민과 함께 이 책을 통해 한반도 평화와 안보의 길을 모색하는 전문가들의 토론에 동참하여 대한민국호에 함께 타고 있는 우리의 좌표와 목표를 확인하고자 합니다.
평화재단 평화연구원은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위한 지혜를 모아 대중적 공감대를 넓히기 위해 매년 두 차례의 심포지엄과 매달 전문가포럼, 정세토크 등을 열고 있으며, 수시로 현안진단이라는 통일외교안보 분야의 논평을 발간하고 있습니다.
평화재단 평화연구원의 활동을 격려해 주시고 이 책이 발간 될 수 있도록 성원을 보내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북한의 개혁은 북한 주민들이 동력을 만들고 북한 당국이 그것을 수용하는 과정으로 진행되고 있다. 북한 당국이 앞서서 끌고 가는 게 아니라 북한 주민들에 의해서 만들어진 것을 당국이 수용하는 형태이다.
-39쪽, 북한의 현황과 전망: 경제문제를 중심으로
미국발로 동맹에 대한 변화 요구가 나온 것은 우리에게 상당히 좋은 신호다. 한국발로 이런 요구가 나오기도 힘들거니와 잘못하면 종북과 반미로 매도되기 십상인데, 미국발로 출발하면 한미관계를 신화적 맹목관계가 아닌 비즈니스적 합목적 관계로 바꿀 기회가 된다.
-65쪽, 트럼프의 미국: 한미관계와 동북아정세 전망
북방외교를 전략적으로 추진했던 노태우 정부는 정해 놓은 외교 목표를 지향하면서 외교환경 변화나 돌발적 사태마저도 기회로 만드는 노력을 했다. 그처럼 최근 서해에서의 중국 어선 문제도 보다 전략적 시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
-91쪽 중미 세력경쟁 심회의 배경: 중국의 부상과 미국의 쇠퇴
우리 외교는 평화를 키워드로 통일 한반도 건설을 최종목표로 삼아 ‘한반도의 평화공존, 동아시아의 평화공동체 구축, 지구적인 생태평화 문명전환’이라는 목표를 연계하여 추구하는 전략을 짜야 된다. 남북분단의 극복과 식민주의의 청산은 한국의 역사적 과제이고, 남북관계와 한일관계를 안정화하고 긍정적으로 극복하는 문제는 한국 외교 대전략의 핵심 전선이다.
-108쪽, 재기하는 일본과 한일관계
우선 경직된 조직문화에서 벗어나야 한다. ‘코리안 쇼크’를 해결하려면 원활한 정보소통이 요구된다. 듣기 싫어도 들어야 한다. 좌우 이념을 떠나 대한민국의 모든 조직, 대학, 정부, 기업, NGO도 해당된다. 다음으로 극단적인 민족주의를 탈피해야 한다. 중국과 일본 등 동양 3국에 공통적으로 극단적 민족주의가 뿌리내리고 있다. 마지막으로 일등만능주의와 승자독식의 마인드도 버려야 한다. 일등이 아니면 모두가 패자라는 인식으로는 ‘코리안 쇼크’를 극복할 수 없을 것이다.
-153쪽, 국제정세 변화와 우리의 대응
미국이 북한을 선제공격할 것인가 하는 물음은 우리에게 적절하지 않다. 우리는 제3자가 아니다. 한반도에 전쟁이 나면 미래가 없으므로 전쟁이나 군사적 옵션은 받을 수 없다고 해야 한다. 이제 한미동맹의 관성으로 평화와 안전이 지켜질 수 없는 상태다.
-168쪽, 미중 패권경쟁과 한반도, 우리는 어떻게 돌고래가 될 것인가